[후기] 삼성전자 입사 후기

삼성전자 입사 후기

저는 2021년 하반기 SW 개발 직무삼성전자에 입사했습니다. 최종합격 발표가 났던 날, 꿈같이 기뻤던 순간을 지나서 이제는 모든 연수를 마치고 신입 프로로서 일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포스트는 그때의 기쁨이랑 밤을 새며 느꼈던 감사함을 훗날에도 잊지 않기 위해 적는 일기지만, 주변의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던 질문들까지 최대한 녹여내보려 합니다. 글이 조금 장황할 수 있습니다.

서류전형

저는 굉장히 운이 좋은 타입입니다. 2020년 대학생 인턴, 2020년 하반기 서류전형에 모두 합격했거든요. 서류상 학점과 대내외 활동은 열심히 공부한 많은 분들과 비슷했거나, 어쩌면 조금 부족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제 정보력이었습니다.

저는 정보가 많이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 라고 하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공채인 삼성 채용 소식도 마감 3일을 앞두고서야 알게 될 정도였어요. 이렇게 뭔가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저를 챙겨준 사람들이 동기들이었습니다.

지금도 제 서류가 합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의 15학번 동기들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Park JH와 함께 다듬었던 문장들, Lee H 형이 얘기해 준 자소서 쓰는 팁, 함께 밤을 새며 공부한 314호 친구들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못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2021년 초, 저는 제 전공과 프로젝트를 살리려면 어느 회사에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하반기 삼성에 먼저 입사한 Lee H 형이 제게 말합니다.

너랑 비슷하게 데이터 분석 했던 애를 이번에 연수에서 만났거든.
너도 걔 있는 부서 써보는 것 어떰?

형의 말에 저는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자료를 찾아보고, 유튜브의 소개 영상을 찾아보니 놀람은 곧 확신이 됐습니다. 그냥 여기였습니다. 지금까지 공부했던 반도체 공정 지식까지 써먹을 수 있는 최고의 부서였습니다.

그리고 `21년 상반기 삼성전자 공채가 열립니다. 저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서류를 작성해 제출했습니다. 당시에도 다른 많은 분들처럼 반도체 공정 데이터는 어떤 형태일까. 꼭 다뤄보고 싶다 라는 간절한 생각을 하며 결과를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발표날! 역시 정보력 꽝이었던 저는, 저보다 저를 더 챙겨주는 동기들의 연락에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당시 합격 사진을 캡쳐해두지 못 한 것이 아쉽네요.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팁은 이렇게 적어보고 싶습니다.

  1. 대내외 활동을 잘 활용해서 학업적/성격적 측면을 어필한다
  2. 지원하는 직무와 연관시켜 자소서를 쓴다
  3. 장황한 글보다 핵심을 먼저 제시하는 두괄식으로 작성한다
  4. 최대한 글자 수를 꽉 채운다
  5. 문법 검사기로 오탈자나 잘 못 쓰여진 부분을 체크

대내외 활동란에 아무것도 안 쓰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저곳은 본인의 학업적, 성격적 장점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의 창입니다. 지원하는 직무와 관련된 최대한 많은 내용을 기재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직무 연관 자소서는 몇 번을 중요하다고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으나 처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분들은 꽤 어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공채에서 얻을 수 있는 Job Description 에는 Role 이라고 적힌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많은 것이 아니라 한 두 가지 정도 ‘나는 이 일을 하겠다’ 를 찾아서 자소서에 녹여주시면 됩니다. 거기에 쓰여진 문장이나 전문 단어를 써주면 더욱 좋겠지요.

저는 [ 문단을 요약하는 문장 ] 이렇게 핵심을 요약해서 제시한 다음에 그 밑에 스토리 텔링을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작성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자기소개서를 읽어야하는 분들을 위해 한 문장으로 정리한 셈입니다. 물론 정답은 아니지만 두괄식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던지는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마지막 글자 수를 곽 채우는 것과 문법 검사기를 돌려 오류를 잡아내는 것은 모든 분들이 잘 해주고 계시지만, 마지막으로 제출하기 전 한 번 정도 확인했으면 하는 사항이기에 적었습니다. 복사와 붙여넣기 과정에서 이탈되는 글자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SW 역량 테스트

앞서 언급했듯이 저는 2020년 대학생 인턴, 2020년 하반기 서류전형에 모두 합격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했던 SW 역량 테스트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사실 인턴 전형 SW 역량테스트 때에는 아무 정보도 없었습니다.

당시 저희 학과를 비롯해 제 주변의 누구도 코딩 테스트를 해본 적 없었으니, 어떠한 조언도 없었죠. SW 역량 테스트는 이런거야, 라는 느낌조차 없이 시험장으로 갔습니다. 그때에도, 지금 여자친구 님께서 함께 했었네요. 수원까지 가는 기차표부터 밥, 간식까지 옆에서 하나하나 다 챙겨주는 모습에 너무 감동했습니다.

꼭 합격하고 나올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생애 첫 코딩 테스트를 보고 나왔습니다. 다짐과는 다르게 우와, 이게 코딩테스트라는 거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큰 충격을 받았죠. 그때 당시에는 자기 실력이 부끄럽다는 생각조차 못 했을 만큼 머리가 멍- 했어요. 새로운 세계를 느꼈습니다. 그것보다 주변이 어두워질 때까지 카페에서 기다리고있던 여자친구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두 번째는 사실 돌아와서 조금 울적한 마음에 속으로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네요.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었습니다. 이번에도 여자친구가 따라와주며 하나하나 다 챙겨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문제도 풀지 못한 채 나오게 됐습니다.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돼~ 라는 말이 더 아팠습니다.

사실 두 번째에는 꽤 자신있었습니다. 하루에 한 문제에서 두 문제, Software Expert Academy 의 기출 문제를 모두 풀었거든요. 그런데도 한 문제도 풀지 못 한 자신한테 괜히 화도 나고, 소프트웨어에는 재능이 없나? 라는 생각에 절망감도 느껴봤습니다. 당시에는 꽤 심하게 낙담했습니다.

commit

저는 당시 인공지능 그랜드 챌린지EEG 데이터를 이용한 수면상태 예측 두 가지 프로젝트를 끝으로 잠시 문제 풀기를 멈췄습니다. 11월부터 1월까지 삭막한 커밋 보이시나요. 공부보다는 재미를 위해서만 키보드를 두드렸습니다. 프로그램 외주를 받아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인정받으며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찾아나갔습니다.

이후에는 오로지, 정말 오로지 컴퓨터 사이언스에만 집중했습니다. 지금껏 배웠던 모든 과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복습했습니다. 특히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과목을 다시 보는 과정에서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다시 공부하기 위해 읽은 책은 코딩테스트 대비용으로 가장 유명한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배우는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 1, 2권 입니다. 이 책을 읽고 실습해보면서 알고있다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게 됐습니다. 아는 척은 코딩테스트에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는 사실.

스스로 생각해도 독하다 느낄만큼 많은 문제를 풀었습니다. 서류합격과 미라클 모닝 의 시너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미라클 모닝도 우연히 고등학교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알게 됐었는데.. 이런 여러 우연들이 겹쳐 지금의 순간을 만들어 주었네요.

그리고 대망의 SW 역량 테스트 날! 역시나 함께 와준 여자친구 님께서 아침 밥은 꼭 먹어야 한다며 국밥을 먹인 기억이 나네요. 치밀한 시간계산 덕분에 늦지 않게 시험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풀이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을 갖췄다면, 결국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그 날의 컨디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상태로 세 시간을 집중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입니다.

여기서 제가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때 쓰는 팁을 드리자면, 시험 시작 직전까지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계를 볼 때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하기, 끝나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기 두 가지 입니다. 뭐야, 똑같은 소리하잖아,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효과가 생각보다 클 겁니다.

스스로 말을 되뇌이다가 슥- 웃음도 짓고는 하는데, 괜찮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입이 보이지 않아요. 정말, 특히 코딩 테스트를 보게 되실 분들! 이 글을 읽는 후배님들! 꼭 한 번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저는 시험종료 5분을 남기고 답안을 제출했고, SW 역량 테스트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합격 발표 당시에 바로 옆에 있던 여자친구가 저보다 뛸듯이 기뻐하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sw success

직무 적합도 평가는 이렇게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서류를 제출한 다음 날부터 준비합니다
  2. SW 역량 테스트의 경우 2 sol 을 목표로 준비합니다
  3. GSAT의 경우 예상 CUT 보다 높은 점수를 목표로 합니다

SW 역량 테스트의 경우 제 blog의 coding test 카테고리에 어떤 문제들을 풀었는지, 실전에서 쓸 수 있는 팁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최고지향! 안정적으로 통과하겠다가 아니라 최고 점수로 통과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져보시는건 어떨까요.

면접

면접에서도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운 좋게 단체톡방에서 면접 스터디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네 명이 모여 스터디를 진행하는데 단 한 명의 낙오되는 사람없이 면접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study member

마지막 날, 절대 톡방 나가지 말자는 약속으로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정말 다들 좋은 분들이셨던 만큼 오랜 여운이 남는 스터디였습니다. 혼자했다면 귀찮고 번거로웠을 일들도 함께하니 즐거웠던 경험이었습니다.

면접의 팁을 많은 분들이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딱 하나밖에 말씀드리지 못 할 것 같습니다. 충분한 연습! 혼자 연습한다면 귀찮을 수도, 자기 모습을 보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을 겁니다. 충분히 이겨내실 수 있습니다.

딱 세 단계만 거쳐보는 건 어떨까요.

  • 자소서 기반 예상 질문 뽑아보기
  • 예상 질문대로 대답하는 연습 질문 하나당 10번 연습하기
  • 녹화된 영상 눈 안 돌리고 끝까지 보기

정말 많은 걸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이 조금 남는다면? 목소리 한 톤 높게 올리는 연습과 사람 얼굴이 아닌 카메라를 응시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지겨울 때까지 연습하는 것입니다.

interview

건강검진

건강! 아주 중요합니다. 모르시겠지만 채용검진을 통과하셔야 비로소 최종합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시기에 걱정이 많아졌습니다. 내가 몰랐던 병이 발견되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더군요.

건강검진을 앞두고 저는 운동부족이었던 몸을 깨우려 러닝을 많이 했습니다. 첫 날, 오르막길 스퍼트에서 종아리에 쥐가 올라올 뻔했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health test

이런 노력 덕분에 첫 번째 검진에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삼성의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가장 처음 느껴볼 수 있는 곳이 채용건강검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검사에 깜짝 놀랐습니다.

후기

삼성전자에 합격했어? 대단하네~

이런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합격 기여도를 따져보면 제 수치는 30%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70%는? 위에서 말씀드렸던 동기들, 지인들, 여자친구, 그리고 끝까지 응원해 준 부모님과 수 많은 우연들이 더 큰 역할을 해줬습니다.

합격한 첫 날 저녁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이 순간, 이 할 수 있다는 생각만 있으면 세상에 못 이뤄낼 것이 없겠다. 안타깝게도 연수 중간중간, 많은 선배님들께서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씀해주셨던 것이 이런 감정을 잊게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이 글을 읽은 미래의 내가 다시 한 번 초심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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